도깨비 룩 따라하기: 공유·김고은 스타일, 생각보다 가까이 있습니다
드라마 한 편이 옷장을 바꿔놓은 이야기
<<도깨비>>가 처음 방영된 2016년 이 후 벌써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습니다. 지금 보아도 드라마 속 패션은 여전히 세련되고 아름답게 느겼집니다. 공유, 김고은이라는 멋진 배우여서 역시 옷걸이가 좋아서일까요? 단순히 "예쁜 드라마"였다면 이렇게 오래 회자되진 않았을 겁니다.
오래 같은 일을 하다 보면 알게 되는 게 있습니다. 외국 손님들이 K-드라마 패션에 반응하는 방식은, 단순히 "저 옷 갖고 싶다"가 아니라는 것. 그들이 찾는 건 그 옷이 담고 있던 장면의 분위기입니다. 눈 내리는 퀘벡 거리, 양초 한 자루 켜놓은 고택, 바람에 날리는 긴 코트. 옷이 아니라 그 공기를 사고 싶어하는 거죠.
그래서 이 가이드는 "어디서 사냐"보다 "어떻게 연출하냐"에 더 집중합니다. 공유가 입은 코트가 지금도 어느 편집숍 행거에 걸려있을 수 있지만, 그것만 사서는 김신이 되지 않으니까요.
공유의 김신 룩: 무게를 담은 레이어링
롱코트 한 벌이 만드는 서사
<<도깨비>>에서 공유가 연기한 김신은 극 내내 거의 같은 룩의 변주를 입습니다. 기본 구조는 단순합니다. 짙은 톤의 롱코트, 내부의 테일러드 수트나 니트, 그리고 발목까지 오는 길이감. 색상은 네이비, 차콜, 딥 그레이가 반복됩니다. 화려함이 없는 대신, 실루엣이 전부를 담당합니다.
이 룩의 핵심은 "비율"입니다. 코트 길이가 무릎 아래 10센티미터 이상 내려와야 그 무게감이 살아납니다. 짧은 코트로 따라 하면 비슷해 보여도 어딘가 가벼워집니다. 실제로 드라마 스타일리스트들이 이 점을 의도적으로 조절했다는 이야기가 커뮤니티에서 많이 회자됩니다. 오버핏보다는 어깨선이 맞는 코트를 고르되, 기장만 긴 것을 선택하는 게 포인트입니다.
내부 레이어도 중요합니다. 수트 재킷을 입는 장면에서는 라펠이 좁고 버튼이 하나인 싱글 브레스트 스타일이 반복됩니다. 넥타이보다는 무지 셔츠의 버튼을 끝까지 잠그거나, 얇은 니트 터틀넥을 받쳐 입는 방식이 자주 등장합니다. 이 조합이 차갑고 단정한 느낌을 만들어냅니다.
신발과 색 톤을 맞추는 방법
김신 룩을 완성하는 또 다른 요소는 발밑입니다. 첼시 부츠 혹은 클래식한 옥스퍼드 계열의 구두가 반복됩니다. 굽이 없는 플랫 슈즈는 이 룩과 잘 어울리지 않습니다. 적어도 2~3센티미터의 높이가 실루엣 전체를 안정시킵니다.
색 팔레트는 전체를 어둡게 가져가되, 피부색과 맞닿는 부분인 셔츠나 니트만 아이보리 혹은 밀크 화이트로 포인트를 줍니다. 이 부분이 얼굴을 띄워주는 역할을 합니다. 검정부터 발끝까지 같은 톤으로만 가면 극 중 분위기는 날 수 있지만, 실제 착용에서는 인상이 너무 가라앉습니다.
외국 분들이 이 룩을 따라 할 때 자주 하는 실수가 있습니다. 코트를 허리 벨트로 묶는 것입니다. 김신의 코트는 항상 열려 있거나 버튼을 잠근 채 직선으로 떨어집니다. 허리를 조이면 실루엣이 완전히 달라집니다. 드라마 속 그 인물은 바람을 맞으며 서 있는 사람이지, 허리를 강조하는 사람이 아닙니다.
김고은의 지은탁 룩: 가벼운 레이어가 만드는 온기
대학생 캐릭터인데 왜 스타일이 기억에 남을까
지은탁의 패션은 처음 보면 단순해 보입니다. 후드티, 청바지, 패딩, 니트. 대학생이 입을 법한 옷들입니다. 그런데 이 조합이 오히려 오래 기억에 남는 이유는 "적절한 허점" 때문입니다.
<<도깨비>>의 스타일리스트는 지은탁을 너무 잘 차려입히지 않았습니다. 교복 벗고 사복 입은 장면에서도 단정하게 세팅된 느낌보다 "지금 막 나온 사람"의 자연스러움이 살아 있습니다. 헤어도 크게 세팅하지 않고, 가방도 무겁지 않게 든 경우가 많습니다. 이 전체적인 가벼움이 캐릭터의 생기를 옷으로 표현하는 방식이었습니다.
가장 많이 회자되는 장면은 역시 눈밭에서의 빨간 머플러 조합입니다. 짙은 패딩이나 코트에 선명한 빨간색 머플러를 두른 연출은, 단순한 소품 하나가 전체 룩을 바꿀 수 있다는 걸 보여줍니다. 이 장면을 따라 하고 싶어하는 분들이 많은데, 포인트는 머플러의 색이 아주 선명해야 한다는 것입니다. 버건디나 와인 톤으로는 같은 효과가 나지 않습니다. 정확히 톡 쏘는 빨간색이어야 배경과 대비가 삽니다.
계절별 지은탁 룩 재현하기
지은탁 룩은 계절별로 나눠서 따라 하기가 좋습니다. 가을·겨울 편은 앞서 말한 것처럼 두꺼운 겉옷과 선명한 포인트 아이템의 조합입니다. 여기서 한 가지 팁은, 니트를 고를 때 너무 타이트한 것보다 살짝 루즈한 핏을 고르는 것입니다. 지은탁의 니트들은 대부분 몸에 딱 붙지 않습니다. 그 여유로운 실루엣이 나이와 관계없이 편안한 분위기를 만들어줍니다.
봄·여름 씬은 상대적으로 드라마에서 비중이 작지만, 밝은 색상의 얇은 면 셔츠나 스트라이프 패턴이 간간이 등장합니다. 이쪽은 일본의 시티팝 패션과 결이 비슷해서, 일본이나 동남아시아 독자분들은 오히려 이 방향이 더 접근하기 쉽다고 합니다.
신발은 지은탁 룩에서 가장 가볍게 처리된 요소입니다. 흰색 캔버스 스니커즈나 단순한 로우탑이 반복됩니다. 여기에 무리하게 어그부츠나 굽 있는 부츠를 연결하면 캐릭터의 분위기가 흐릅니다. 지은탁은 땅을 가볍게 디디는 사람이었습니다.
두 룩을 합쳐서 입는 커플 스타일링
불 켜놓은 자리에서 보면, 이 두 룩은 사실 서로를 보완하도록 설계된 것처럼 보입니다. 어두운 무게와 밝은 가벼움. 긴 실루엣과 짧은 실루엣. 극 중에서도 두 인물이 함께 서 있을 때 이 대비가 시각적으로 작동합니다.
커플 혹은 둘이서 <<도깨비>> 룩을 연출하려면, 색 팔레트를 일치시키되 질감을 다르게 가져가는 것이 좋습니다. 예를 들어 한쪽이 울 소재의 짙은 코트를 입는다면, 다른 쪽은 같은 톤의 부드러운 니트나 스웨이드 소재를 입습니다. 같은 계열의 색이라도 소재가 달라지면 "맞춰 입은 티"가 나지 않으면서도 전체가 어우러집니다.
가장 피해야 할 건 완전히 동일한 코디입니다. 외국 분들 중에 커플룩을 "똑같이" 맞추는 것이 로맨틱하다고 생각하시는 경우가 있는데, 한국의 커플룩 문화는 대체로 "같은 색조 혹은 같은 아이템 하나만 공유하는" 방식을 선호합니다. <<도깨비>> 속 두 인물도 마찬가지입니다. 완전히 다른 옷을 입고 있지만, 장면 안에 있으면 하나의 그림이 됩니다.
이 룩들이 지금도 유효한 이유
드라마 패션이 방영 당시에만 유행하고 사라지는 경우가 많습니다. 그런데 <<도깨비>> 룩은 조금 다릅니다. 트렌드에 편승하지 않은 룩이었기 때문입니다.
공유의 롱코트 스타일이나 김고은의 자연스러운 레이어링은 어느 시즌이든 통용됩니다. 요즘 서울 편집숍 행거를 보면, 당시 <<도깨비>> 스타일링과 크게 다르지 않은 구성들이 여전히 팔리고 있습니다. 롱코트의 기장, 좁은 라펠, 포인트 머플러. 이것들은 유행을 탄 옷이 아니라 오랜 시간 사람들이 좋아해 온 실루엣입니다.
기록을 오래 들여다보면 결국 사람이 남습니다. <<도깨비>>의 패션이 오래 기억되는 건, 그 옷들이 각각의 인물이 어떤 사람인지를 한 장면 안에서 설명해줬기 때문입니다. 900년을 산 사람의 무게와, 막 세상에 발을 디딘 사람의 가벼움. 그게 옷에 담겨 있었습니다.
따라 하고 싶다면 옷보다 그 분위기를 먼저 생각해보는 게 순서입니다. 코트가 없어도 됩니다. 대신 어떤 무게로 걸을 것인지를 먼저 결정하면, 옷은 자연히 따라옵니다.
글: Jacky — 제주·서울, KStoryWorld 운영자