<<별에서 온 그대>>가 좋았다면, 이 소설을 읽어보세요
어느 밤, 누군가와 나눴던 대화가 이유 없이 다시 떠오른 적이 있나요.
별 의미 없던 농담. 새벽에 온 짧은 메시지. 같이 봤던 어느 풍경.
그 사람보다 그 이야기들이 더 오래 남는다는 걸, 사랑이 지나간 뒤에야 알게 됩니다.
<<별에서 온 그대>>를 본 뒤에 오래 그 여운 안에 머물렀던 독자라면 — 이 감각을 알 겁니다. 불가능한 존재와의 사랑, 그 찬란함과 구질구질함이 동시에 존재하는 감정. 드라마가 끝난 자리에 남는 건 결국 이야기이고, 그 이야기를 계속 먹고 싶을 때 우리는 책을 펼칩니다.
"사랑은 원래 이야기를 먹으면서 자라나는 거니까."
이 문장은 박서련의 소설 <<사랑의 힘>> 마지막 무렵에 등장합니다. 처음 읽었을 때 잠시 책을 덮었습니다. 이 한 줄 때문에.
왜 한국 소설이 외국 독자에게 낯선가
여러 시간대를 오가며 지내는 동안, 나는 여러 나라의 독자들이 한국 콘텐츠 앞에서 멈칫하는 지점을 자주 목격했습니다.
K-드라마는 자막이 있어서 들어가기 쉽습니다. 그런데 한국 소설은 다릅니다. 번역의 문제이기 전에, 맥락의 문제입니다. 한국 소설 특유의 정서 — 모성애와 집착 사이의 미묘한 거리, 캠퍼스 특유의 수직적 관계 언어, 사랑이라는 감정을 직접 말하지 않고 돌아서 표현하는 문장들 — 이것들이 외국 독자에게는 "뭔가 느껴지는데 정확히 뭔지 모르겠다"는 감각을 만들어냅니다.
그래서 저는 <<별에서 온 그대>>처럼 감정적 입구가 선명한 콘텐츠를 좋아했던 독자에게 한국 소설을 권할 때, 그 입구가 연결되는 작품을 먼저 고릅니다.
<<별에서 온 그대>>가 우리에게 남긴 감각
<<별에서 온 그대>>는 외계인과 인간 사이의 사랑 이야기였지만, 그게 핵심은 아니었습니다. 핵심은 — 존재 자체가 다른 두 사람이 서로를 향해 마음을 열어가는 과정, 그리고 그 사랑이 두 사람을 어떻게 바꾸는가였습니다.
사랑이 사람을 초인처럼 만들기도 하고, 바보처럼 만들기도 하고, 전혀 다른 사람으로 바꾸어놓기도 한다는 것. 그 변화가 언제나 아름답지만은 않지만, 그래서 더 인간적이라는 것.
이 감각을 그대로 소설로 옮겨놓은 작가가 지금 한국 문학에 있습니다.
박서련, <<사랑의 힘>> — 사랑이 능력이 되는 세계
세계관: 로로마라는 미생물
이 소설의 배경에는 '로로마'라는 미생물이 존재합니다. 사랑할 때 분비되는 호르몬에 반응해 사람에게 특별한 능력을 부여하는 존재입니다. 점프력이 갑자기 좋아진다거나, 카리스마가 폭발적으로 증폭된다거나, 언어 능력이 경이롭게 상승한다거나 — 그런데 그 능력이 완전히 랜덤입니다.
그 결과, 사람들은 자신이 사랑에 빠졌다는 사실을 숨길 수 없게 됩니다. 사랑은 더 이상 감정만의 영역이 아닙니다. 몸이 반응하고, 삶이 바뀌고, 세계가 달라집니다.
이 설정을 처음 들었을 때, 어딘가 익숙한 기분이 들지 않나요.
<<별에서 온 그대>>의 도민준은 사랑하는 사람에게 다가갈수록 몸이 위험해졌습니다. 사랑이 초능력을 만들기도 하고 약점을 만들기도 하는 설정 — 박서련은 그 감각을 현대 한국 일상의 언어로 번역해서 연작소설로 펼쳐놓았습니다.
어떤 사랑들이 등장하는가
이 소설은 연작 형식입니다. 단 하나의 커플 이야기가 아닙니다. 이성애, 동성애, 자기애, 모성애, 짝사랑, 집착, 질투, 그리고 자기혐오까지.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묶일 수 있는 거의 모든 감정이 등장합니다.
예를 들어, 완벽한 아들을 둔 어머니 이야기가 있습니다. 아들이 첫 여자친구를 사귀면서 생긴 로로마의 효과가 입시에는 전혀 쓸모가 없는 능력으로 발현됩니다. 그 아이러니가 웃기면서도 씁쓸합니다. 한국의 모성애와 교육열 사이에 얽혀있는 감정의 지형을 이 단 하나의 에피소드가 건드립니다.
캠퍼스 독서 모임에서 만난 선배를 좋아하게 된 이야기도 있습니다. "너무 설레면 짜증이 날 수도 있다"는 문장이 나오는 에피소드. 설레고 싶은데 설레는 게 두려운 그 감각 — 사랑 앞에서 방어기제를 먼저 세우는 사람이라면 이 문장에서 멈추게 됩니다.
"남의 사랑에는 항상 조금 역한 부분이 있다"는 고백도 있습니다. 이렇게 직접적으로 불편함을 말하는 화자를 한국 소설에서 만나는 건 꽤 신선한 경험입니다.
외국 독자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
노트 한구석에 적어둔 생각을 꺼내자면 — 저는 이 소설을 외국 독자에게 소개할 때 두 가지 방향으로 이야기합니다.
첫 번째는 장르적 친숙함. 사랑이 초능력을 만든다는 설정은 판타지 문학 독자들에게 입구가 됩니다. 문장이 가볍고 위트 있어서 진입 장벽이 낮습니다. 웃으면서 읽다가 갑자기 한 문장에 마음이 철렁 내려앉는 구조 — 이것도 K-드라마 팬들이 익숙하게 알고 있는 감정 패턴입니다.
두 번째는 사랑에 대한 솔직함. 이 소설은 사랑을 이상화하지 않습니다. 사랑의 우스움, 슬픔, 찬란함, 구질구질함을 모두 껴안습니다. 그래서 연애 중인 사람보다 오히려 누군가를 이미 지나쳐온 사람이 더 깊게 읽을 수 있는 책입니다.
사랑은 늘 아름답지는 않지만, 언제나 인간적이다. 이 소설이 말하는 건 그겁니다.
이 소설을 읽어야 할 사람들
밤늦게까지 같은 질문이 맴돕니다 — 이 책은 어떤 사람을 위한 책인가.
<<별에서 온 그대>>가 좋았던 이유가 사랑 이야기 자체라기보다, 사랑 때문에 사람이 어떻게 달라지는가를 보는 게 좋았던 분. 한국 소설을 처음 읽어보고 싶은데 너무 무거운 작품은 부담스러운 분. 감각적인 문장과 위트 있는 대사가 공존하는 소설을 찾는 분. 그리고 — 사랑하는 것이 점점 조심스러워진 분.
이 마지막 독자에게 특히 권하고 싶습니다.
"사랑은 그저 선한 본능이라고 생각했던 때 묻지 않은 시절도 있었다. 이제는 사랑에 노력이 필요한 순간이 많아졌다."
이 문장은 소설 안에서 독자의 것으로 변환됩니다. 사랑을 재능으로 생각할 수 있던 때를 시기하다가, 스스로가 다치지 않을 만큼만 마음을 쓰고 싶다는 이기적인 마음이 드는 날 — 그런 독자에게 이 소설은 조용히 말을 건넵니다.
The real risk is not a mistake — it is not speaking at all. 마음을 닫아버리는 것이 문제이지, 사랑하다 다치는 것은 문제가 아니라고.
정리 노트의 모퉁이에서
박서련은 한겨레문학상, 젊은작가상을 수상한 작가입니다. 스토리텔링과 동시대적 문제의식, 문장력을 두루 갖춘 소설가라는 평가를 받습니다.
<<사랑의 힘>>은 그 작업들 중에서도 재미와 깊이가 함께 도약한 작품으로 소개되고 있습니다. 연작 형식으로 각 에피소드가 독립적이어서, 처음 한국 소설을 읽는 독자가 중간에 입장하기 좋은 구조이기도 합니다.
이 소설의 부제처럼 들리는 한 줄이 책 안에 있습니다.
"사랑하면 정말로 힘이 생긴다니까요? 근데, 주어지는 능력은 랜덤."
어느 밤 같은 질문이 같은 자리에서 떠오릅니다. 사랑이 나를 어떻게 바꾸었는지를 우리는 정말 알고 있을까, 하고.
그 질문을 들고 이 소설을 펼쳐보시길 권합니다.
글: Sabina — 서울 거점, KStoryWorld Cultural Bridge Editor